겨울엔 유독 야경이 곱게 보인다.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다. 대기 중의 습도가 낮기 때문에 멀리 있는 불빛들이 한결 또렷하게 보인다. 불빛보다 멀리 있는 별을 관측하는 사람들도 겨울을 제일로 친다. 가로수마다 달린 노란 전구도 겨울 야경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머물러 있는 줄만 알았던 한 해가 간다. 렌즈 속에 잡아두면 흐르는 시간을 붙들 수 있을까. 야경출사여행, 굳이 묵직한 DSLR(일안 반사식 렌즈 교환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어도 좋다. 셔터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와 삼각대면 된다.
▲서울 성동구 응봉산(사진)
응봉산이란 이름은 낯설다. 그러나 봄철 신문 1면에 가끔 등장하는 노란 개나리 언덕은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응봉산은 성수대교 북단의 야트막한 언덕. 지하철 2호선 뚝섬 역과 한양대역 사이에 보이는 바로 그 언덕이다. 봄이면 개나리가 언덕 전체를 덮는다. 언덕 아래 골목길 이름도 ‘개나리길’이다. 이 낮은 언덕이 DSLR족들에겐 서울 야경 출사 1번지다.
지도만 봐도 감이 온다.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전망이 탁 트여 있다. 동쪽으로는 성수대교 교차로와 강남 빌딩군, 서쪽으로는 동호대교와 한강의 풍경을 찍을 수 있다. 망원렌즈를 쓰면 매 시각 조명이 바뀌는 N타워(구 남산타워)도 촬영할 수 있다. 승용차로 8부 능선까지 올라갈 수 있어 무거운 장비를 메고 이동해야 하는 부담이 적다. 입장료도 없다. 성동구 응봉동 현대아파트를 찾을 것. 맞은편 ‘암벽등반공원’ 이정표를 보고 주택가 사잇길로 들어간다. 골목이 얽혀 있어 한두번 헤매야 한다. 승용차는 ‘개나리길’을 찾으면 된다. 경사가 가파르니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 길 끝에 차를 대고 나무계단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정상이다. 정상엔 팔각정과 체육시설이 있다. 촬영 포인트는 정상 못 미쳐 나타나는 나무 정자다. 동네 공원이다 보니 늦은 밤엔 다소 으슥하다. 데이트보다 ‘출사’ 자체에 충실하려는 이들에게 ‘강추’. 지하철 1호선(국철) 응봉역에서는 걸어서 15분 이상 걸린다.
▲청담대교·성산대교
야경 출사에 재미를 붙인 DSLR족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프로젝트가 한강 다리 촬영이다. 한강 다리는 모두 26개. 대부분이 자정, 또는 오전 1시까지 야간 조명을 밝힌다. 가장 ‘포토제닉’한 다리는 청담대교. 노란색과 초록색 조명이 교각을 밝힌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2층 다리로, 지하철 궤적 촬영도 가능하다. 청담대교 주변의 복잡한 교차로는 ‘미래 도시’나 ‘산업도시’의 느낌을 준다. 걸어서 30여분 거리의 잠실대교, 영동대교 촬영도 함께 해볼 만하다. 청담대교 북단 뚝섬유원지가 촬영 포인트.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과 바로 연결된다. 한강다리 가운데 대중교통 접근성이 가장 좋다. 한강시민공원이어서 매점, 커피숍, 식당이 가깝다. 늦은 밤까지 운동을 하거나 데이트 하는 사람도 많다.
서부 한강에서는 성산대교가 가장 ‘사진빨’이 좋다. 밝고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뚜렷해 화사하고 선명한 사진이 나온다. 성산대교 남단에서 찍는다. 다리 바로 아래 자전거도로가 포인트. 다리 좌우에서 촬영하고, 정중앙에서 허리를 낮춰 교각을 찍는다. 지하철 당산역에서 걸어갈 수 있다. 무지개색 조명을 설치한 선유교, 당산철교를 묶어 함께 찍는다. 굴곡이 있어 차량 궤적을 촬영하기 좋은 잠수교, 파란색 조명이 독특한 동호대교도 인기 있는 촬영 대상이다.
▲시청·청계천 루체비스타
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천 청계광장~광교 구간은 이미 야경 명소다. 데이트를 겸할 수 있는 야경 출사 포인트. 특히 26만4000여개의 전구로 밝혀 놓은 서울광장이 사진찍기 좋다. 구석에 밀려 있던 스케이트장을 올해는 광장 한가운데로 옮겨 놓았다. 영화에서 보던 뉴욕 록펠러 센터를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다. 시청 앞 차량의 흐름을 저속 셔터로 함께 잡아도 좋다.
밥값을 내야 하지만, 전망은 서울프라자 호텔 2층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예쁘다. 뷔페식당 세븐스퀘어에서는 루체비스타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카니에서는 루체비스타와 크리스마스 트리가 절반씩 보인다. 세븐스퀘어는 테라스가 달려 있어 야외에서 촬영이 가능하다. 세븐스퀘어는 저녁 6시30분~12시까지 영업하며 1인당 세금·봉사료 합쳐 4만9000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창가 자리를 잡을 수 없다. 루체비스타 조명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밝힌다. 스케이트장은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대여료 합쳐 1000원이다.
◇야경촬영 팁
▲준비물=셔터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와 삼각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카메라를 세워놓고 찍을 수도 있지만 삼각대를 사용할 때와의 차이가 현저하다. 가능하다면 원격으로 셔터를 조절하는 릴리즈도 준비할 것. 릴리즈가 없을 때는 카메라의 셀프타이머 기능을 이용한다. 추위를 막기 위한 복장, 모자, 장갑, 여분의 배터리, 메모리카드도 챙길 것. 손난로를 준비하면 유용하다. 스톱워치는 휴대전화에 내장된 기기를 이용하면 된다. 모양을 내기 위해 크로스필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불빛을 십자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필터다.
▲매직 아워=비나 눈이 온 다음 날이 가장 좋다. 대기가 맑아 불빛이 선명하게 보인다. 시간대는 해진 직후부터 30분 동안. 하늘엔 푸른 빛이 살아 있고 건물의 불빛이 하나 둘 밝혀지는 ‘마법의 시간’이 야경을 찍기 가장 좋은 때다. 야경이라고 한밤중에 찍으면 투박해 보인다.
▲카메라 세팅=조리개 우선 모드(AV)가 편리하다. 조리개는 F11~14로 맞춘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불빛이 선명해져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 난다. 셔터스피드는 10~15초 정도가 적당하다. 카메라가 제시한 셔터스피드보다 한 스톱 정도 낮춰서도 찍어본다. 감도(ISO)는 50이 가장 좋고, 높이더라도 200을 넘지 않도록 한다. 감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사진이 거칠어 보인다. 화이트밸런스(WB)는 텅스텐(전구 모양)으로 맞춘다. 불빛이 붉은 계열이어서 자동으로 설정하면 붉은색이 과장되게 나타난다. 텅스텐이 붉은 기운을 낮춰준다. 초점은 수동으로 맞추되, 화면의 중간 정도에 맞춰 놓는다.
▲촬영 요령=해가 지기 시작하면 광각렌즈로 하늘과 전경을 모두 담는다. 하늘의 푸른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망원렌즈로 다리, 타워 등을 당겨 찍는다. 야경은 셔터스피드가 길기 때문에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린다. 렌즈를 계속 바꾸다가는 아무 것도 제대로 못찍는 수가 있다.
◇ 다양한 야경사진 무한도전
업그레이드1:궤적 찍기
자동차의 라이트가 꼬리를 뿜으며 지나가는 궤적 촬영은 셔터스피드를 늘리면 된다. 카메라를 셔터스피드 우선모드(TV)로 설정한다. 셔터스피드를 4~8초로 주고 조리개를 적절히 조여준다.
업그레이드2: 기념사진 찍기
야경 기념사진은 까다롭다. 플래시를 터뜨리면 사람만 하얗게 나오고, 플래시를 쓰지 않으면 모두 새카맣게 나온다. 배경과 인물 모두 또렷하게 나오게 하려면? 삼각대를 놓고 저속 셔터로 찍되 셔터가 닫힐 때쯤 플래시를 한번 터뜨려준다. 배경은 저속 셔터로, 인물은 플래시로 찍는 것이다. 일반 야경 사진을 찍듯 카메라를 세팅하고, 초점은 인물에 맞춰 놓는다. 셔터를 누른 뒤 인물 앞에서 플래시를 터뜨린다.
업그레이드3:불꽃놀이 찍기
불꽃놀이를 찍을 때 플래시를 터뜨리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일단 플래시를 끈다. 조리개 F5.6~8, 셔터스피드 2~4초. 불꽃이 터질 때는 밝아지기 때문에 노출이 높게 나온다. 촬영모드를 연속 촬영으로 맞춰 놓고 불꽃이 올라오는 순간부터 계속 찍는다. 불꽃을 보고 셔터를 누르면 이미 늦다.
업그레이드4:라이트 페인팅
말 그대로 ‘빛으로 그린 그림’이다. 셔터스피드 15초 이상, 노출은 부족하게 준다. 초점은 뒷 배경에 맞춘 뒤 불을 끈다. 셔터를 누른 다음 랜턴이나 라이트펜으로 허공에 ‘Happy New Year’ 등의 글씨를 쓴다. 띄어쓰기는 불빛을 막으면 된다. 불빛에 셀로판지를 덧대면 색깔도 입힐 수 있다.
'사진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제별 사진찍는 요령 (0) | 2016.06.10 |
---|---|
사진가라면 카메라 가방에 챙겨야 (0) | 2016.06.10 |
올바른 디지털 사진 감상을 위한 가이드 (0) | 2016.06.10 |
야생화 사진 이쁘게 담는법 (0) | 2016.06.10 |
디카 촬영시 초보들이 범하는 실수, (0) | 2016.06.10 |